일상/디미고

디미고의 일상

2019. 4. 10. 23:00

 

디미고 로고

디미고는 다들 아시다시피 기숙사 학교입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 서식(?) 하며, 꼭두새벽부터 자기까지 학교에서 지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조적인 농담으로 기숙사가 집이라고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어떻게 디미고에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디미고는 6시 30분에 시작됩니다.

기숙사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기상하고, 점호를 할 시간입니다.

점호는 야외 점호와, 실내 점호로 나뉩니다.

 

한겨울이나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등 기상조건이 열악할 때에는 실내 점호를 하게 됩니다.

그냥 문밖으로 어기적 어기적 기어 나와, 호 실장들이 자신의 호실 아이들이 모두 점호에 참석했다고 알리면 끝이죠.

대충 기숙사 선생님의 안내 말씀을 듣고, 다시 학생들은 자신의 호실로 기어들어갑니다.

몇몇 학생들은 일찍 준비하고 학교에 일찍 나와 노트북을 하거나,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시 침대에 누워, 학교에 나와야 하는 시간까지 다시 잠을 청합니다.

 

하지만 기상조건이 좋으면,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튀어나와 야외 점호를 하게 됩니다.

호실별로 줄을 서서, 체조를 한 뒤에 다시 기숙사로 들어가죠.

(이게 디미고 최대 적폐입니다. 쓰레기 같은 야외 점호 누가 만든 거야 ㅡㅡ 억...)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잠에서 더 많이 깨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실내 점호보다 약 10분가량 지연되긴 하지만, 다시 잘 얘들은 똑같이 또 자고 학교로 일찍 나오는 얘들은 일찍 나옵니다. (그러니까 왜 하냐고 ㅡㅡ)

 

기숙사에서 준비를 대충 마치고 나온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가 아침을 먹고, 아침시간을 준비합니다.

 

아침시간이 뭐냐고요?

8시 15분부터 8시 45분까지 진행되는 시간으로,

너무나도 신나고 즐겁고 행복한 영어 듣기를 하거나,

너무나도 인성 함양이 잘 될 것만 같은 인성 함양 교육을 받거나,

쓰기만 해도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 *베네듀 플래너 작성 시간도 있습니다.

(물론 이 시간에 다른 짓 하다가 걸리면 선생님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됩니다.)

*베네듀 : 디미고 자체 제작 교육 보조 프로그램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영어 듣기는 꽤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애초에 영어 듣기를 공부할 시간 자체가 별로 없어서...

 

그리고, 수업시간은 여타 학교와 똑같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프로그래밍 수업 정도겠네요.

프로그래밍 시간엔 다들 노트북을 꺼내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실습도 해보고, ppt자료도 둘러봅니다.

딴짓하는 얘들이 있긴 한데, 애초에 프로그래밍 시간에 딴짓하면 그 뒤에 못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점수를 제대로 받으려면 들을 수밖에 없고, 실습 과제를 내주시기 때문에 결국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점심시간도 뭐... 다른 학교랑 다른 점이 없습니다.

그냥 3학년 - 2학년 - 1학년 순으로 밥 먹고...

조금 차이점이 있다면, 점심시간에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시간에 유튜브를 보는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들 몰래 게임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

코딩 공부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제 7교시까지 모든 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한 뒤부터 다른 학교들과 다른 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선, 모든 학생들이 방과 후를 수강합니다.

방과 후에는 여러 가지 과목들이 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기초 / 심화반들도 있고,

파이썬 프로그래밍이라던지 영상제작, 음악 작곡반 등 여러 전공을 살린 방과 후 교실도 있습니다.

(방과 후는 선착순 티켓팅으로 진행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ㅎㅎ)

 

 

그렇게 방과 후가 끝나면,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저녁시간도 점심시간과 비슷하긴 하지만,

선생님들의 감시가 적어지고 시간도 어느 정도 여유롭기 때문에

이 시간에만 게임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원래는 기상 이후 열리지 않는 기숙사 문도 이때 다시 열려서,

운동을 하거나 체육을 했던 친구들은 샤워를 하러 들어가기도 합니다.

 

또, 저녁시간에는 따로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서,

관심사가 맞는 친구들끼리 코딩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자습 동아리로 만들어서 저녁시간 일찍부터 조용한 공간에서 자습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저녁 시간 교실은 요란스러우니까요.)

 

 

저녁 시간이 끝나면, 야자 시간이 시작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2018년도) 야자시간이 7시 50분부터 9시 10분까지 1타임, 9시 40분부터 11시까지 2 타임이었는데

올해부터는 (2019년도) 야자시간이 7시 50분부터 8시 50분까지 1타임,

9시 10분부터 10시까지 2타임, 10시 10분부터 11시까지 3타임으로

총 3개로 나누어졌습니다.

 

야자 시간에는 진짜로 그냥 자습을 할 수도 있지만,

디미고의 꽃이라고 불리는 창업동아리 활동을 한다면 3타임 모두를 프로그래밍하는 데에 사용할 수도 있고,

인강실 신청을 통해 인강을 듣거나 따로 프로그래밍 공부를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야자시간 1타임과 2타임 사이의 20분은 간식 시간입니다.

지하 1층, 식당 옆에 있는 매점으로 가서 (학교 직영임. GS25 같은 거 아님.) 간식들을 살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1타임과 2타임 사이의 30분 동안 학교에서 배정해준 간식을 1달 주기로 신청을 통해 받아먹는 것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조금 바뀌면서 여러 종류의 과자나 아이스크림, 빵이나 후랑크 등을 골라 사 먹을 수도 있습니다.

(장황하게 적어놨지만 사실 저게 답니다. 라면 같은 거 없습니다.)

 

그리고 11시가 되면, 기숙사로 들어갑니다.

남자 기숙사 기준으로 11시 20분경에 저녁 점호를 하게 되는데,

몇몇 학생들은 11시가 되자마자 기숙사로 튀어가서 샤워를 10분 만에 하고 점호 준비를 합니다.

11시 20분에 점호가 시작돼서 약 5분~ 10분 후부터는, 12시까지 자유시간입니다.

대부분 이때 샤워를 하고, 샤워를 하지 않거나 이미 한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침대에 누워서 폰질을 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기숙사에 노트북은 반입 금지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호실에 잠입해 들어가서 친구들과 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호실이 아닌 호실에 들어가면 기숙사의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들키면 구보를 뛰거나 반성문을 써야 합니다.

(물론 넓은 마음으로 봐주시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렇게 약 30분간의 자유시간이 끝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호실 신발장 위의 서랍장(?)에 휴대폰을 넣고 잠을 청하게 됩니다.

몇몇 학생들은 "심야 자습"을 가기도 합니다.

12시부터 1시까지 기숙사 지하의 도서실에 남아 자습을 하는 것인데,

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시험기간이 가까워질수록 심야 자습을 가는 학생들은 많아지고,

시험기간이 되면 심야 자습 시간은 12시에서 2시까지로 1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렇게 심야 자습을 달린 친구들은, 그다음 날 수업시간에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자신이 정말 잠이 적다면 그렇게 달리는 것도 가능하겠죠.

 

그리고 그다음 날 6시 30에 또 기상해서, 점호를 하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디미고의 평상시의 일상이었습니다.

쓰고 싶었지만 못 쓴 이야기들도 많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디미고 학생들은 이렇게 살아갑니다.

일정이 쉬는 시간도 별로 없고 빡세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살다 보면 적응이 되더라고요.

 

저희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이렇게 살아가겠지요.

힘들다면 힘들지만, 자유시간과 저녁시간, 야자시간의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일상입니다.

그러니깐.. 디미고 오쉴??

디미고에 입학한 지 이제 2년 차 접어들고 있는데, 어째 뭔가 학교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처음 입학하고 싶었던 때, 처음 입학했을 때의 기억은 다 어디로 가고

이제는 학교에서 뭘 하고 있는지도, 뭘 했었는지도 잘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빨랐던 것 같습니다.

입학하기 전보다 깨어있는 시간은 더 길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있던 시간은 더 짧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디미고에서 뭘 하고 살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정보올림피아드 공모전 나가서 상도 타보고, 친구와 열심히 C언어 콘솔로 게임도 만들어 상도 타보고...

이것저것 분명히 한 것은 많았던 것 같지만 그마저도 기억에 잘 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제 디미고의 일상들을 기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제가 무슨 경험들을 했는지 기억이라도 하고,

제가 시도했던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미고 글을 쓰려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디미고에 입학하기 전에, 네이버에도 구글에도 여기저기 검색하며 디미고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미고 생활이 워낙에 바빠서인지... 글을 찾아보려 해도 현실적으로 쓴 글들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실제 디미고 생활은 어떠한지, 디미고에 들어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등

여러가지 정보들을 얻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중학생들은 예전의 저처럼 인터넷에 디미고가 어떤지 검색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디미고의 경쟁률이 더 치열해진 지금은, 더욱 많은 학생들이 디미고에 대해 알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디미고 기숙사 생활은 할 만 한지, 공부는 얼마나 빡세게 하는지...

이런 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게 좀 써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조금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일기처럼 써내려 가는것 또한 조금은 낯부끄럽고,

누군가가 그걸 또 보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럽긴 합니다.

물론 별로 볼것 같진 않지만요.

 

그래도 제 미래를 위해, 그리고 디미고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게

디미고에서 어떤 일들을 경험하는지, 어떤 것들을 하고 사는지

조금씩이라도, 그리고 조금 장황하게라도 적어가면서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어 나가야겠습니다.

 

 

혹시라도 디미고에 대해 알고 싶은 점들이 있는 중학생들이 있다면,

부담없이 댓글로 알고싶은 점에 대해 물어보세요.

댓글로 답해드리거나, 따로 글을 써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디미고 다니는 놈들이나

제가 아는 사람들이 이상한 댓글 쓰거나

디미고 지망 중학생인척 하면서 별 요상한거 물어보는거 걸리면

그대로 그놈한테 달려가서

정의의 뿅망치로 명치랑 뚝배기를 깨버릴테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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