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헬게이트 비슷한 짤)

 

 

디미고는 유독 정시 비율이 다른 학교들보다 높은 학교이다. 대략 정시 70% / 수시 30% 비율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래도 아이들 수준이 조금 높아서 정시도 어느 정도 잘 보고, 사람 수도 적어서 내신 등급을 따기 힘든 탓일 것이다.

하지만, 연세대/고려대는 특성화고 전형이 수시(였)고, 상위권 대학에서는 한양대 / 중앙대 / 세종대 등 일부만 제외하면 모두 특성화고 전형이 수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시 준비를 한다" = "좋은 상위권 대학을 노린다" 정도로 보여진다.

 

그리고 고1 시절, 1학년 1학기 내신을 터뜨리고 2학기때 수습하느라 고생한 나는 '이렇게만 계속 공부하면 수시로 가겠는데?'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연세대, 고려대 정도는 사실 딱히 바라지도 않았고 (1학기때 너무 터뜨렷다.. ㅠㅠ)

상향지원 넣으면 성균관대정도는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냥 시립대에 지원해도 붙을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의 반복과 함께, 나는 2학년에 접어들었다.

2학년 시험기간이 얼마나 헬인지 미처 알기도 전에...

 

 

 

2학년 시험기간, 그러니까, 지금, 나는 왜 사람들이 수시를 때려친다는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섞여서 학생들이 공부를 놔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 이유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로는, 과목이 1학년때보다 조금 많다는 것이 있다.

1학년때는 국어 / 영어 / 수학 / 사회 / 과학 / 한국사 / 프로그래밍 / 컴퓨터 일반 총 8과목인데,

2학년때는 문학 / 영어 / 수학 / 공업수학 / 화학1 / 중국어 / 자료구조 (자바) / 공업일반 / 정보통신 / 기초제도로 총 10과목이다.

선택형 강좌를 더 수강하는 사람들은, (빅데이터 분석 / 정보과학)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난다.

그럼 늘어봤자 2~3개 느는거 아니냐고 할 수 잇겠지만, 비율로 따지면 공부량이 약 25%나 늘어난 것이다.

근데 거기다가 중국어랑 기초 제도는 절대평가 과목도 아니고 상대평가 과목이다.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과목 (= 선생님들이 변별력 있게 문제를 출제하는 과목)이 1학년때와 같이 6개에다가, 외우는 양 많은 절대평가들까지 추가된다.

 

이렇게 많은 과목 수는 중간고사 때의 과목 수와 대조되면서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문학 개념 ㅎ)

중간고사 때는 공부할 시간도 많았는데 5과목밖에 안되는 (상대평가는 4과목밖에 안되는) 과목들을 공부하다가

갑자기 10과목을 공부하려니 정신이 없다.

(물론 중간고사 공부가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5과목밖에 안된지라 아이들이 그만큼 또 공부를 많이 해서 하나만 틀려도 무슨 15등이나 밀리는 시험들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수학여행 + 수행평가 연타이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어느 정도 수업을 더 진행한 뒤에 수학여행을 다녀오는데, 이게 정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다들 알다시피, 수학여행 끝나고 얼마정도는 진짜 그냥 정신줄을 놓고 살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다다음주였나...) 현충일로 수요귀가 (진짜 흔치 않다!)를 하게 되니까, 더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그러고 학교에 돌아오면? 시험이 한 달이 남아있다.

아직 정신을 차리기도 전인데, 시험이 한 달 남았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배려해 주신다고, 수학여행 전후에는 수행평가를 그렇게 많이 두지 않는다.

그러면 10~11개의 과목의 수행평가는 다 어디에 배치될까??

시험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무렵 일주일에 수행평가가 한두개씩 스멀스멀 올라오다가,

시험 2주 전 한 주 동안 마감해야 할 수행평가가 무려 7~8개정도나 됐다.

 

그것들이 또 쉬우면 모르는데,  자바 프로젝트 진행 (사실 이건 쌤이 기간을 한 달 준거긴 하지만 ㅎㅎ..), 국어 UCC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끼어있는 터라 아이들이 분주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솔직히 수행평가를 7~8개를 한 주만에 마감을 다 하면, 어떻게 모든 아이들이 다 행복하게 점수를 받겠는가?

누구는 수학 수행 준비하느라 중국어 수행 준비 못해서 터지고, 누구는 그 반대고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보인다.

당연히 이 동안 시험공부를 할 생각은 꿈에도 못 꾸고, 인강실에서 자바 프로젝트 마무리를 달리거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달려서 수행평가를 전부 끝내면 남는 것은?

시험공부를 할 일주일의 시간이다.

그 일주일동안 10~11개 과목 공부를 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니 그럼 공부를 미리 시작하면 되는거 아니야? 무슨 공부할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던 것도 아니고;;;"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수학여행에다가 기나긴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공부를 바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동아리 활동같은 것들에도 신경써야 하고, 이것저것 신경쓰고 나면 수행평가가 덮쳐오는 그림인지라 그게 또 쉽지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술한 것들은 단지 표면상의 문제이다.

물론 힘들고,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것과 어떻게 기가 막힌 콜라보를 하는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디미고의 "유통기한" 문제이다.

이게 대체 뭔소리냐고? 급식에 유통기한이 지나기라도 했냐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맛이 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아이들의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 바로 이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전후 시점이다.

이쯤 되면 아이들의 정신 상태는 피폐해진다.

사실상 방학을 한 번 더 지낸 상황이 되는지라, 이미 게을러져 버린 아이들은 쉽사리 다시 공부 모드로 돌아가기 힘들고,

그런 아이들이 이제 학교에서 막 놀기 시작하는 시점이 오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기숙사 학교인 점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기숙사 학교다 보니까 학교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게 되는데, 너무 매일 있다 보니까 너무 익숙해지는 것 같다.

(아니면 수학여행이라는 극단적으로 학교와 다른 곳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집으로 인식되는건가?)

1학년때야 익숙해지면 좋겠지만, 지금은 거의 집처럼 익숙해져 버려서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가끔 보면 야자 시간이 수면 시간이 되어 버린 날도 있을 정도이다.

그렇게 학교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은 "유통기한"이 이미 끝나버려 기강이 해이해지게 된다.

실제로 야자 시간이나 방과후 자습 시간에 보면 많은 아이들이 정신 못차리고 자거나 노는 모습이 보인다.

...내 스스로의 모습도 그럴 때가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건 좀 반성해야지.

 

 

 

아무튼,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이 서로 맞물려서 최고(악)의 하모니를 이루며, 아이들의 멘탈을 털어버린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드는데 공부는 하기 싫고, 막상 하려니 시간은 적은데 과목은 너무 많고...

진짜 미칠 지경이다.

이러면 수시를 버리면서 "나는 정시 파이터다! 깔깔깔!!" 하며 수시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또케 오또케 수시 가고시푼데;;" 하며 저 멀리 떠나는 수시를 어떻게든 잡아보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럼 이 아이들은 다 어떻게 되냐고?

그건 나야 모르지 ㅎㅎ... 시험이 끝나봐야 알겠지?

이렇게 넋두리를 끝내고, 이젠 공부나 하러 가봐야겠다.

혹시 이 글 보는 후배 있으면, 진짜 2학년 1학기 기말 공부는 빨리 시작하라고 권고해주고 싶다.

너네들이라도 내신 잘 챙겨야지... 나는 그렇게 못했으니까 ㅠㅠ

+ Recent posts